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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졸한 상술에 소리없이 우는 탈북자들

탈북자를 울리는 자본주의의 어두운면

서영석2012.03.16 08:52:27

                                                    

 남한에는 오래된 식당들이 정말 많네요

기자가 하나원에서 갓나온 탈북자들과 식당에 들어갔을 때 한 탈북인이 내게 한 말이다. 그녀는 식당광고판에 쓰여있는 50년 역사의 맛집이란 문구를 말 그대로 믿은 듯싶었다. 한국사람이라면 더는 믿지 않을 그런 상업적인 홍보문구들을 탈북자들은 순수하게 믿기 때문에 말 못할 피해를 보기도 한다. 탈북자들을 만나 그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북한에서 장사경험이 있었다는 정민구(44. 가명) 씨는 한국의 상술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쌀 한 포를 공짜로 준다는 홍보성 방송을 듣고 참석했다가 그들의 언변에 속아 물건을 구매한 후 쌀 한 포는 언제 주느냐고 묻자 판매자가 편지지 크기의 쌀 봉지를 주며 파는 쌀 20kg 도 한 포고 홍보용으로 넣은 20g 한용기에 넣었으니 한 포 맞지요? 

 

이 말에 정씨는 말문이 막혔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구매한 물건값도 시중가의 3배였다고 한다. 장사경험이 있는 나도 속았는데 다른 탈북인들은 오죽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의 예는 그래도 웃어넘길 정도이다.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정착 초기에 한 번의 실수 때문에 전 재산을 뺏기는 경우가 흔하다.

 

탈북자 이민주(31. 가명) 씨는 정착 초기 알게 된 탈북자 선배가 돈이 되는 일이라며 자판기 사업 투자를 권유해서 정착금 전부를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같이 투자한 언니와 함께 수차례 사무실을 찾아가  애원도 하고  협박도 해봤지만 결국 아는 사람을 통해 고소를 했는데도, 사장은 나 몰라라하며 감옥에 들어가 돈을 찾을 길이 없었다고 했다.

 

언니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언니는 집을 담보로 돈까지 빌려서 투자한 거라 나의 사정을 말할 겨를도 없었다. 다행히 난 받은 집이라도 남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한국인을 상대로 다단계판매를 유혹하던 피라미드 업체들에게 국내 경제와 사정을 잘 모르는 탈북자들은 그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

 

탈북자 박정미(36. 가명) 씨는 하나원에서 피라미드 사업을 주의하란 말은 들었지만, 막상 당해보니 그때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단순히 돈 때문에 그 회사에 나가게 된 것은 아니라면서 처음엔 경계했지만 아는 이 없는 낯선 한국땅에서 나를 환대 해주고 챙겨주는 그들의 모습에 감격하였다. 그래서 설마 하고 내가 가진 정착금과 빌린 돈까지 투자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전부 가식이었다. 결국엔 투자한 돈을 다 잃었다

 

이러한 상술은 원래 순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나 사회물정이 어두운 사람을 대상으로 행해졌는데 이제는 탈북자들이 그 희생양이 되고 있다. 뉴포커스에서는 탈북자들을 노리는 보이스피싱이란 기사를 예전에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보다 이러한 사기행각이 더 무서운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트러서트(Trust)에서 한 나라의 지속적 발전은 사회의 신뢰관계에 놓여 있으며, 그 예로 선진국은 모두 ()신뢰 사회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가 살기 편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한다. 과연 탈북민들은 이러한 한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모습을 볼 때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넘어온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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